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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원한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세계적 명성을 얻기까지는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종신 상임 지휘자를 비롯한 거장 지휘자들의 덕이 크다. 그들의 재능과 열정, 그리고 뛰어난 리더십이 청중들을 사로잡아 감히 넘볼 수 없는 베를린 필의 아성을 쌓은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유명 오케스트라의 단원은 모두 세계적인 연주자들이다. 그들이 각자의 개성은 죽이고 지휘자의 지휘봉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하모니를 이루며, 연주하는 모습은 예술의 극치다. 한 사람의 지휘에 의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지휘자의 뛰어난 곡 이해와 강력한 리더십, 그리고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 절제된 최고 기량을 발휘하는 연주자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정치도 오케스트라가 아닐까. 대통령이 국정철학과 비전을 갖고 청중인 국민을 위한 최고의 연주를 할 수 있다면 위대한 지휘자의 칭호를 받지 않을까. 그러한 지휘자를 갖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는 없더라도 애쓴 흔적은 있어야 한다. 지휘자는 한 파트의 음에 오류가 있다면 이에 신속히 대처해 오케스트라 전체가 엉망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지휘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청중들은 완벽하지 못한 연주에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낸다. 왜냐하면 청중들은 온전한 하모니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휘자나 각 파트의 연주자들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듣는 귀는 그들보다 더 높이 있기에 말이다.   이번 한국 총선 결과를 봐도 그렇다. 집권여당의 대승이 마땅한데 어처구니 없게도 참패를 했으니 막말로 여당은 완전히 스타일 구긴 꼴이 되었다. 결국 지휘자인 대통령에게 책임이 전가되어 버렸다. 지휘자가 청중인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청중은 지휘자를 향해 무엇을 원했을까. 지휘자에 의해 연주자가 하나 된 아름다운 선율의 하모니를 기대했다. 청중이 오케스트라에 동화되어 감동하는 그런 것을 원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왜 그럴까? 보수를 너무 강조하다 보니 얻은 것도 있었지만 잃은 것도 많았다. 그것도 막판에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과연 보수의 가치란 무엇일까? 보수의어학적 의미는 보존, 유지를 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수주의자는 무엇을 지키고 유지하고 싶어 할까? 그  보존의 대상은 대개 가족, 전통, 신앙, 사유재산, 법, 질서, 도덕 등을 의미한다. 그러니 사상적 이념도 보수의 가치다. 왜냐하면 보존의 대상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한이 분단되어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이념만을 고집하는 것이 보수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잘못됐다. 진보보다 앞서 국민의 삶을 헤아려야 한다.   한국은 개발도상국 단계를 지났지만 여전히 빈부 격차가 심하다. 그것도 수도권 중심으로 더 심각하다. 그런데 개념에 대한 오해로 보수는 부자들을 위한 것으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  그래서 서민층에서는 보수에 대한 적대감이 있다고 본다.     선거 때가 되면 진보는 포퓰리즘을 앞세워 표를 모은다. 어떻게 보면 국민이 보는 시각에서 보수는 먹는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고, 진보는 이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에 진보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생활고를 겪게 되면 정부의 정책에 민감해진다. 그런데 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미흡하니 어느 누가 여당에 표를 주겠는가.   이번 총선에선 보수가 주장한 범죄자 문제 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표심을 갈랐다고 본다. 특히 수도권은 이런 문제에 민감한 지역이다. 그러니 포플리즘적 공약에 더 관심이 가는 것 아니겠는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어려운 역할이다. 그래도 청중에게 감동을 주는 오케스트라를 만드는 게 임무다.   박철웅 / 일사회 회장기고 오케스트라 지휘자 오케스트라 지휘자 상임 지휘자 거장 지휘자들

2024-04-22

[J네트워크]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리더십

오케스트라의 지휘대에 선 상상을 해보자. 지휘할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1악장은 4분의 4박자다.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첫 음을 시작하면 두 박자 후에 바이올린이 일제히 등장한다. 그런데 만일 바이올린 주자들의 연주가 잘못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달 7일 프랑스에서 파리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얍 판 츠베덴은 연주를 멈췄다. 그 후 처음부터 다시 했다. 연습도 아니고 청중이 있는 공연에서 음악을 멈추고 다시 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지휘자는 잘못된 지휘를 인정하는 수치를 견뎌야 하는 일이다. 영국의 음악 비평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1958년 지휘자 아드리안 볼트가 BBC 심포니의 연주를 중지한 후 처음 있었던 일”이라고 했다.   음악 무대에서는 생각보다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순간에 지나간 음(音)은 고치거나 덧칠할 수 없다. 그나마 혼자 연주할 때는 실수의 치명도가 낮다. 잘못했어도 만회할 수가 있다. 하지만 여럿이 연주할 때는 빠르게 판단할 리더가 필요하다. 바이올린 연주자 수십명이 한번 제각각 연주하기 시작하면 다시 맞추기 어려우니까.   리더가 잘못 판단하면 재앙이 된다. 2019년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적 대회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한 중국인 피아니스트가 결선에 올랐다. 그는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를 연주하기로 돼 있었는데, 지휘자는 순서를 반대로 알고 있었다. 사고가 일어날 조건은 충분했다. 연주 전 곡목을 알리는 방송은 지휘자만 알아들을 수 있는 러시아어로 나왔다.     오케스트라가 라흐마니노프를 시작했을 때 차이콥스키를 준비하던 피아니스트는 제대로 된 음을 연주하지 못했다. 상황 파악을 하고 오케스트라와 맞췄을 때는 첫 6마디쯤 놓치고 난 다음이었다.   당시 콩쿠르 측은 순서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진행 요원을 징계했지만 문제는 지휘자에게도 있었다. 피아니스트가 아무 음도 치지 못하고 당황하며 지휘자를 바라봤지만 지휘는 계속됐다. 지휘자는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판단도 불가능했다. 콩쿠르 측은 참가자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겠다고 했지만 참가자가 거부했고, 이 장면은 두고두고 콩쿠르의 오점으로 남게 됐다.   1958년에 아드리안 볼트는 BBC심포니와 마이클 티펫의 교향곡 2번을 지휘하다 첫 2분을 조금 넘기고 연주를 멈췄다. 뒤로 돌아서서 청중에 “모두 나의 잘못”이라 한 후 처음부터 연주했다. 이 연주는 유튜브에서도 들을 수 있다. 이달 초 츠베덴과 파리 오케스트라가 다시 시작한 쇼스타코비치 또한 훌륭했다고 한다. 리더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면 꼬여버린 연주로 남을뻔한 장면들이다.  김호정 / 한국 중앙일보 기자J네트워크 오케스트라 지휘자 오케스트라 지휘자 지휘자 아드리안 파리 오케스트라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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